저는 한 작품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작품을 도장깨기 하듯이 읽어내는 버릇이 있습니다. 연이어 몇 권을 읽다 보면 그 작가가 다정하게 느껴져 신간이 나오면 반갑기까지 합니다. 김영하 작가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읽은 그의 작품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포스트 잇
- 발매일 2005.10.10.
- 독서일 2020.12.31.
- 2002년에 초판 1쇄가 발행되고 2017년에 2판 5쇄가 발행된 것으로 보아 내가 읽은 이 책은 2017년에 발간된 책이지만 2002년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삐삐’에 대한 언급이 잦은데(작가의 책 <호출>과 더불어) 그 당시에도 삐삐는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문물이었고 휴대폰도 언젠가는 삐삐처럼 사라질 것이라며 ‘PDA’ 등에 왕좌를 물려줄 것 같다고(죽음,속도,휴식, 157쪽) 예상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김영하 작가의 소개로 나도 읽은 적이 있는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 대한 해석(19세기에 태어난 20세기의 여자, 137쪽)도 재미있었다. 상, 하 두 권의 책을 읽는다고 꽤나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글을 읽으니 줄거리가 드문드문 떠올랐다. 언제 읽어도 재미있는 김영하 에세이의 묘미는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대학 시절 국악 동아리에서 만난 대금 부는 선배 이야기(불행아, 81쪽), 성가대 모임에서 만난 짝사랑 그녀의 이야기(눈사람, 120쪽)를 재미있게 읽었다.
2. 여행자
- 발매일 2007.06.01.
- 독서일 2019.08.08.
- "한 번 간 곳을 산천은 의구한데 내가 늙어간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시 가는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조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 달콤한 멜랑콜리에 젖어드는 것, 오는 '나'만 바뀌어 있다는 것, 또 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다."
-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세 번 여행한 작가 김영하의 말이다. 같은 곳을 세 번 여행했지만 모두 느낌이 다르다. 어떤 시기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곳에 가느냐에 따라, 현재의 나의 위치나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무엇을 타고 가느냐에 따라, 어떤 경로나 목적으로 들르느냐에 따라 그곳은 저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작가는 심지어 어떤 카메라로 그곳을 찍느냐는 것으로도 구분을 하고 있다. 어디 하이델베르크뿐이겠는가? 수동카메라를 들고 낯선 곳은 낯선 대로, 익숙한 곳은 익숙한 대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3. 빛의 제국
- 발매일 2010.02.16.
- 독서일 2019년
4.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발매일 2010.07.30.
- 독서일 2019.06.13.
- "그들은 기억의 불멸을 꾀하느라 생생한 현재를 희생한다."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유디트'를 보기 위해 자살 안내자인 주인공이 오스트리아의 미술관을 찾았을 때 카메라로 작품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 관광지에서 신기하고 생경한 풍광을 볼 때나 촬영이 허락된 공연을 관람할 때 순간을 눈 속에 오롯이 기록할 것인가와 카메라의 좁은 뷰파인더 속에 넣어둘 것인가를 심리적으로 갈등하게 된다. 현재를 즐기자는 마음이 있고 사진을 잘 찍을 능력도 없어 가급적 촬영을 잘 안 하지만 나중에 두고두고 보면 또 추억이 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순간을 놓치는 것이 아쉬울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위 문구를 읽으니 '생생한 현재'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의 불멸은 지금처럼 남편의 몫으로 돌리고, 나는 생생한 현재를 누리련다.
5. 호출
- 발매일 2010.07.30.
- 독서일 2019년
6. 랄랄라 하우스
- 발매일 2012.05.15.
- 독서일 2019.08.11.
- 묘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그득하다. 반려묘 방울이와 깐돌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상에서의 경험과 글 쓰는 작가로서의 여정 등이 신변잡기적으로 편안하게 그려진다. 작가 특유의 해학과 익살이 잘 나타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글은 미래 사회에서는 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말을 하면 머리 위 홀로그램으로 된 말풍선이 생기고 거기에 글이 표시될 것이라는 내용과 ‘머리 감기 좋은 날’이라는 샴푸방에 대한 부분이었다.
7. 읽다
- 발매일 2018.06.08.
- 독서일 2020.01.03.
- [위험한 책 읽기] 고전은 당대의 뭇 책들과 놀랍도록 달랐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그렇기에 진부함과는 정반대에 서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낡거나 진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들은 살아남았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후대로 전승되었을 겁니다.(18-19쪽)
- [우리를 미치게 하는 책들] 돈키호테와 에마 보바리는 비록 현실의 존재는 아니지만 김영하라는 생물학적 존재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살아남을 것이고 앞으로도 증식을 거듭할 겁니다.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책이라는 작은 틈을 통해 아주 잠깐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세계와 영겁의 시간에 접속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바로 이야기이고, 이야기가 바로 우주입니다.(69쪽[책 속에는 길이 없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은 것은 고유한 헤맴,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입니다. 이것은 교환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 하나의 얇은 세계가 우리 내면에 겹쳐집니다.(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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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소설이 있으니까’ 읽는다] 우리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행사하는 매혹의 힘에 저항하면서 독서를 수행해 나갑니다. 더러 동의하지 않는 생각이 있고 참을 수 없는 인물이 있지만, 매력적인 문체라든가 뒤를 궁금하게 하는 플롯이라든가 하는 것 때문에 그 작품을 계속 읽어나가는 것입니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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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괴물들의 세계]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너는 괴물이다. 반성하라!”고 직설적으로 외치지 않고, 괴물의 내면을 이야기라는 당의정으로 감싸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가지 시각으로 괴물을 직시하도록 만들어 줍니다.(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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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책의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소설과 소설, 이야기와 이야기, 책과 책 사이의 연결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로서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독자는 자기만의 책의 우주, 그 지도를 조금씩 완성하게 됩니다.(208-209쪽)
8. 여행의 이유
- 발매일 2019.04.17.
- 독서일 2019.10.20.
-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면서 작가가 자녀 양육의 부담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면 무라카미처럼 어느 나라에서든 1년씩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삶이 참 부럽다 생각했다. 그런데 김영하 작가는 모국어의 테두리 안에서 글을 쓰는 것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고, 여행을 무엇을 얻기 위한 거라기보다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한 방법임을 강조한다. 둘 다 일리가 있다.
-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의 촬영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출연자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 장소를 하루 동안 여행하고 편집을 거쳐 한 시간 분량의 여행 프로그램을 만든다. 시청자는 편안히 집에서 그곳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즐기는 ‘탈여행’이다. 발로 걸으며 하는 여행이 여행지 곳곳을 총체적으로 볼 수는 없기에 여행 안내서나 에세이, 여행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행지를 아우르고 그 속에서 발로 걸을 곳을 선택하면 되겠다.
- [그림자를 판 사나이] 여행지에서 만난 환대와 신뢰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이방인에 대한 환대가 정주민에 대한 신뢰를 낳고 그 환대를 내가 정주민이 되었을 때 또 다른 여행자에게 갚는다. 그야말로 선순환이다. 휴가지에서 가벼운 차량 접촉 사고를 당했는데 상대방의 사과에, 신경 쓰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휴가를 즐기라고 말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멋진 얘기다. 상대방도 다음에 입장이 바뀌었을 때 이전의 빚을 또 다른 상대방에게 갚으면 더 멋진 얘기가 될 것이다.
- [노바디의 여행]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적절히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일상의 편안함과 지겨움 속에서 계획하고 준비하는 여행의 일탈이 소중하다. 설렘과 두려움의 여행을 통해 또 한 뼘 성장하는 나를 본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여행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하고 마음 내킬 때 훌쩍 떠날 수 있는 삶이 부럽다.
- [여행으로 돌아가다] 여행지에서 노바디(nobody)가 되어 자신을 낮추고 환대에 감사하는 현명한 태도를 가질 것. 섬바디(somebody)가 되어 남을 짓밟고 대접받기를 원하던 오디세우스의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눈에 띄게 노출하기보다는 여행지의 정서에 순응하며 예의를 지키는 행동이 필요하다. 오디세우스에게 당한 정주민 키클롭스는 얼마나 부아가 치밀었을까.
-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그러나 평소엔 있는지 없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았던, 하지만 잃고 나면 매우 고통스러워지는 그림자. 그 그림자를 찾기 위해 죽은 뒤의 영혼을 자기에게 팔라는 악마의 제안을 거부하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 그는 그림자에 연연하기보다는 방랑자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여행이 아무리 자유롭다한들 방랑만 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을까. 떠나면 그만이라는 사고는 무책임과 연결된다. 안정된 삶 속에서의 일탈이 소중한 거니까.
-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여 여행을 가지 않고서도 컴퓨터 화면을 통해 여행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들 우리가 여행을 가지 않을까? 시각적인 부분은 해소가 되겠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어떻게 느끼고 여행지 특유의 냄새는 어떻게 맡을 것인가. 우리는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루브르 박물관의 그림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곳으로 떠나기 위해 계획하고 짐을 꾸리고 길을 떠나는 여정이 좋은 것이다. 그러니 여행이 일상의 동력이 된다.
- [오직 현재] 집에 남겨진 상처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집은 가족에게 안식을 주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가족 간의 갈등이 오래 이어질 경우 가족에게서 받은 고통이나 오고 간 뼈아픈 말들이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다는 얘기다. 요즘의 나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조금 겁이 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과 반대로 ‘호텔’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크다. 언제나 새집에 들어서는 듯한 첫느낌과 어질러 놓고도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끝느낌이 자유롭다.
- [추방과 멀미] 나도 여행을 좋아한다. 자고 오든 당일치기든 일상에서 문득문득 여행길이 떠오른다는 것은 떠나고 싶다는 뜻이고, 떠나서 좋았다는 뜻이리라. 즉흥적으로 밤 12시에 출발했던 휴게소 여행이든, 당일치기 기차 타고 떠난 포항, 안동 여행이든, 차 가지고 떠나는 부산 혹은 경주, 서울 여행이든 여행은 여행이라서 좋은 것이다.
9.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발매일 2020.09.30.
- 독서일 2021.07.20.
- "나는 단편소설을 쓰는 것은 마치 길을 가다가 거리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잠깐 구경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들 사이에 오가는 몇 마디의 말과 표정을 보고 많은 것을 짐작으로 메우는 일이다. 그들의 전 생애와 성장 배경 같은 것을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243쪽, 개정판을 내며)
10. 오래 준비해온 대답
- 발매일 2020.04.29.
- 독서일 2020.07.03.
- 임경선 작가의 책 <교토에 다녀왔습니다>와 <다정한 구원>을 읽고 일본 교토와 포르투갈 리스본 앓이를 하며 며칠을 보낸 기억이 있다. 낯선 이국의 땅이 나에게 한번 놀러 오라고 손짓했고 언젠가는 그러마고 대답했다.
- 김영하 작가의 책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읽고 나니 이제 이탈리아 시칠리아가 내게 인사한다. 지금까지 읽은 작가의 여행에 관한 책들(여행의 이유,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중에 제일 좋은 느낌을 받았다. 아이가 없는 삶이라 이토록 자유로운가. 그는 한국의 무라카미 하루키 같다. 어디서든 적응해 나가는 여행자로서의 삶이 부럽다. 언어의 장벽이 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 글 곳곳에 실린 작가가 찍은 사진들이 여행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 자신의 사진은 안 나오나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마지막에 수줍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11.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발매일 2020.07.20.
- 독서일 2019년
12. 작별인사
- 발매일 2022.05.02.
- 독서일 2022.10.22.
- “혼자이고, 외롭지만 어떻게든 이 고통의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갈 이유를 찾는 존재들.”(304p) 철이와 선이.
♣ 이꽃님 작가 작품
이꽃님 작가 작품
이꽃님 작가의 작품을 좋아합니다.지금까지 읽은 그의 작품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죽이고 싶은 아이발매일 2021.06.07.독서일 2022.10.08.죽은 박서은과 피고인 지주연의 친구 관계. 2.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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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금이 작가 작품
이금이 작가 작품
저는 한 작품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작품을 도장깨기 하듯이 읽어내는 버릇이 있습니다. 연이어 몇 권을 읽다 보면 그 작가가 다정하게 느껴져 신간이 나오면 반갑기까지 합니다. 이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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